폰트 페어링 실전: 돋움과 산세리프

Adobe Fonts 한글 폰트 릴리스 기념 시리즈 아티클

이 시리즈 아티클은 2021년 Adobe Fonts에 많은 한글 폰트가 추가됨으로써 기존에 Adobe Fonts에 있던 라틴 폰트와 새로 추가된 한글 폰트의 섞어짜기를 여러분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폰트 페어링 정보 아티클입니다.

(아티클 속 이미지에서 사용된 폰트는 모두 Adobe Fonts에서 인스톨이 가능합니다)

 

폰트 페어링 실전에 들어가보자

디렉토리에서 지금까지의 아티클을 읽었다면,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보자.

우선은 한글에서는 돋움체*1, 영문에서는 산세리프체 라고 불리우는 폰트 분류의 페어링부터 시작해보도록 한다. 돋움체, 바탕체는 폰트 카테고리 중 가장 기본적인 두가지 인데, 특히 돋움체는 인쇄, 광고, 영상 등 분야를 불문하고 다양한 장면에서 사용되는 분류이다. 그렇기때문에 폰트의 종류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데, 선택시가 많을수록 페어링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폰트가 존재하고 있고, 그거를 하나도 아니고 두개 혹은 그 이상을 골라 심지어 조화롭게 페어링을 해야한다니? 생각만 하면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럴 때 도움이 되기 위한 아티클이 바로 여러분이 지금 보고있는 이 아티클이다. 우선 심호흡을 하자. 괜찮아, 폰트페어링은 어렵지 않아!


*1 돋움체: 고딕체, 민부리체 라고도 불린다.

<Image 01 - main image>

일단은 한글 혹은 라틴, 둘 중 하나의 폰트부터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다른 쪽을 맞춰나가면, 효율적이고 건설적으로 폰트페어링을 할 수 있다. 좋아하거나 써보고싶은 폰트가 이미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다른 폰트를 찾아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폰트페어링을 할 때에는, 폰트의 특징이나 배경지식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반드시 한글폰트와 라틴폰트의 디자인이 비슷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다른 디자인을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폰트의 굵기는 디자인의 흑백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페어링할 폰트들끼리 굵기가 잘 어울러져야한다.

(편의를 위하여 이 시리즈 아티클에서는 숫자는 라틴폰트에 맞춰 변경하였고, 구두점은 한글폰트의 것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숫자와 구두점을 어느 폰트로 지정하느냐도 유저 여러분의 자유이다.)

 

한글 폰트부터 정할 때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한다면 한글 폰트부터 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본문 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한글이기에 한글폰트부터 정하는 것이 정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용과 제목용으로 목적을 나누어서 페어링 샘플을 만들어보자.

<Image 02 - sandoll gothic neo1>

본문용으로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폰트 중 하나인 산돌 고딕 네오1로 선택하였다. 산돌 고딕 네오1는 2011년도에 출시된 현대적인 세련됨을 갖춘 돋움체로써, 깔끔하고 정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비슷한 분위기의 라틴폰트를 고른다면, 그로테스크 계열의 산세리프 중에서도 현대적 해석이 들어간 리바이벌 폰트가 어떨까 생각해본다. 예시로써 Neue Haas Unica 를 맞춰보았다.

(Neue Haas Unica 는 2015년에 Monotype에서 출시된 Unica 의 리바이벌 폰트이다. Unica 는 1980년에 출시된 폰트로, 대표적인 산세리프 폰트인 Helvetica 와 Univers 그리고 Akzidenz Grotesk 의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참고로 산돌 고딕 네오1 는 Commercial Type 의 Guardian Sans 라는 라틴폰트를 라이센스받아 영문에 삽입하고 있기때문에, 이미 폰트페어링이 된 폰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상상력의 여지는 어디든 항상 있지 않는가!

<Image 03 - sandoll gothic neo1 & Neue Haas Unica>

이렇게 비교를 해 보았을때, 산돌 고딕 네오1 만 썼을 때는 조금 더 상쾌하고 유기적인 느낌이 든다면, Neue Haas Unica 를 썼을 때는 반듯함이 더 강해지고 무기질적인 느낌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함,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단호함, 차분함—그런 테마로 타입세팅을 하고 싶다면, 산돌 고딕 네오1만 쓰는 것보다, 이렇게 폰트페어링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덧붙여 산돌 고딕 네오1 는 굵기 종류가 많은 폰트인데, Neue Haas Unica 또한 많은 굵기를 패밀리로 갖고 있기때문에 문장의 흑백농도를 서로 맞추기가 편하다.

<Image 04 - sandoll gothic neo1 & skolar>

이번에는 일부러 전혀 다른, 세리프체 (라틴폰트의 바탕체)인 Skolar Latin 를 매칭해보았다. Rosetta Type Foundry 에서 출시된 Skolar Latin 의 이미지는 산돌 고딕 네오1 의 탑재 라틴알파벳인 Guardian Sans 와 가까운 분위기를 갖고있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글자를 썼을 때의 펜의 움직임이나 형태를 살린 글자꼴은 문장에 활기와 정서를 불어넣어준다. Skolar Latin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디자인이 깔끔하고 반듯한 산돌 고딕 네오1 와 합쳐지면서, 서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신기하게도 시너지를 이룬다.

 

<Image 05 - Rix Dongnim>

제목용 돋움체로는 Rix독립고딕으로 폰트페어링을 해보자. 독립 개화의 복고적 분위기와 강한 인상을 주는 Rix독립고딕에는 어떤 라틴폰트를 페어링하면 좋을까?

<Image 06 - Rix Dongnim & Ardoise>

저자가 맞춰본 Typefonderie 의 Ardoise 는, 2011년에 “새로운 신문/인쇄를 위한 서체"로써 출시되었는데, a g u y 와 같은 곡선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Rix독립고딕의 강인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강렬함과 딱딱함을 살짝 톤다운 하고 문장의 분위기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Rix독립고딕의 기본 탑재 라틴 알파벳은 한글의 복고적인 이미지에 맞춰 초기 그로테스크 산세리프 스타일의 글자꼴을 하고 있는데, Ardoise  또한 디자인의 시작단계에서 대표적인 초기 그로테스크 산세리프체인 Franklin Gothic 을 의식하고 디자인하였다는 것이 아닌가! 비록 조금더 유연한 분위기를 갖고있기는 하나 Rix독립고딕과 어울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폰트 각각의 배경지식을 알게되면 폰트페어링이 더 즐거워진다.

<Image 07 - Rix Dongnim & Parisine sombre>

Rix독립고딕의 또 다른 베리에이션으로, 저자는 Parisine Narrow Sombre 를 맞춰보았다. 프랑스 파리의 메트로 전용 서체로 개발된 Parisine 이라는 슈퍼패밀리 폰트의 스타일로, Sombre 는 두꺼운 굵기의 패밀리를 전개하고 있다 (sombre 는 어둡다, 칙칙하다 등의 뜻이다). 그 중에서도 Narrow 는 글자너비를 줄인 스타일인데 (보통 컨덴스드라고도 한다), 일반 너비인 Parisine Sombre 를 쓰는 것보다 글자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며 가독성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틴 폰트부터 정할 때

한글폰트보다 더욱 다양한 폰트 종류가 존재하는 라틴 폰트부터 정하고 그 뒤에 한글폰트를 맞춰가는 것도 재미있는 방식이다.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성도 풍부하다는 것인데, 그 중에서 꼭 사용해보고 싶은 라틴폰트가 있다면 이 아티클을 참고하여 조화로운 한글폰트를 페어링해보자.

proxima nova

Proxima Nova 는 Mark Simonson Studio 에서 2007년에 출시된 슈퍼패밀리 폰트이다. 8개의 굵기, 3개의 너비, 이탤릭으로 총 48개의 폰트로 구성되어있으며, 2010년대 중반에는 “웹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유료폰트"로 꼽힐 정도로 유명해졌다. Futura 와 같은 지오메트릭한 느낌과 기본적인 산세리프 사이를 지향하였다는 이 폰트는, 손글씨의 정감이 살아있는 휴머니스트한 글자체 균형에 지오메트릭한 색을 가진 개성적인 폰트이다.

Noh Sori

이러한 Proxima Nova 의 개성적인 느낌에 맞춘다면, Noh 소리체를 맞춰보는 건 어떨까?. Noh 소리체는 우리말에 없는 외국어의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의 한글폰트인데, 네모꼴 한글폰트면서도 ㅇㅎ과같은 자소가 정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Proxima Nova 의 디자인 컨셉과 어우러진다.

<Image 10 - Proxima nova & Source han>

Proxima Nova 를 더 주인공처럼 쓰고 싶다면, 본고딕 (Source Han Sans KR)을 맞추는 것도 멋있다. 본고딕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간혹 들어나는 끼있는 모습이 Proxima Nova 와 조화를 이루며 개성을 충분히 살려준다. 전반적으로는 그로테스크 계열의 돋움체 디자인을 띄고 있지만, ㅎㅊ등 엘리먼트 곳곳의 지오메트릭한 요소 덕분에, 다른 일반적인 한글 돋움체 폰트들보다 Proxima Nova 와 더 잘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합성글꼴 기능을 사용해보자

마지막 Proxima Nova 와 본고딕의 페어링으로 합성글꼴을 제작해보았다. 동영상으로 제작과정을 담아보았으니 합성글꼴을 처음 사용해보는, 혹은 아직 익숙치 않은 분들께 참고가 되길 바란다.

폰트 페어링과 함께

폰트페어링에 있어 반드시 짚어야할 중요한 점이 있다. 한글폰트에 탑재되어있는 기본 라틴알파벳이 좋지 않아서 다른 라틴폰트를 페어링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출시된지 비교적 오래된 폰트일 경우, 라틴알파벳에 커닝정보가 들어있지 않다거나, 라틴알파벳 구조에 어색함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다른 라틴폰트를 페어링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출시되는 한글폰트들은 퀄리티 높은 독자적인 라틴알파벳을 탑재하고 있거나, 해외 폰트회사와 제휴하여 라틴폰트를 라이선스받아 쓰는 경우도 있기때문에 충분히 한글폰트만으로도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라틴알파벳 타입세팅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현재 해외 폰트시장에서는 라틴폰트의 문자세트가 서포트하는 언어(문자)의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다. 폰트 패밀리이름 뒤에 W1G 혹은 PE (Pan-European)등이 붙은 것은 100 또는 그 이상의 언어의 문자들이 포함되어있는 문자세트로, 거의 대부분의 유럽 문자와 베트남어, 러시아어, 그리스어 등을 지원한다. 한글폰트 문자세트에 포함할 수 있는 라틴알파벳 영역에는 한계가 있으며, 아주 기본적인 라틴알파벳 만이 지원이 가능하다. 글로벌화로 인해 앞으로 더욱 더 다양한 언어(문자)의 섞어짜기가 디자인에 필요로되는 시대에, 넓은 문자세트를 가진 라틴폰트를 페어링하여 디자인을 하는 것은 창의적인 솔루션이다.

또, 반드시 그러한 기술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저 다른 디자인, 느낌을 추구하여 다양하게 폰트페어링 해보는 것도 폰트를 이용하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저자 소개

김민영 (Min-Young Kim). UI, UX & 타이포그래피 컨설턴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을 거쳐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에서는 다국어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와 근현대 섞어짜기 샘플 연구를 기반으로 CJK-Latin 다국어 섞어짜기의 새로운 폰트 세트를 제안했다. 

한/미/일 3개국 문자와 언어를 구사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타입 파운더리 모리사와, 폰트웍스에서 일했고, 현재는 일본 도쿄에서 프리랜서로 구글, 어도비 등과 함께 일하며 타이포그래피의 즐거움과 아름다움, 필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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