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be Fonts 한글 폰트 릴리스 기념 시리즈 아티클
이 시리즈 아티클은 2020년 Adobe Fonts에 많은 한글 폰트가 추가됨으로써 기존에 Adobe Fonts에 있던 라틴 폰트와 새로 추가된 한글 폰트의 섞어짜기*1 를 여러분이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는 폰트 페어링 정보 아티클입니다.
Adobe Fonts 한국어 폰트 릴리스 기념 시리즈 아티클 첫번째 포스팅에서는, 우선 디테일에 들어가기 전에, 섞어짜기란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어떤 섞어짜기가 이루어져 왔으며, 현재 우리 생활 속에는 어떤 폰트 페어링 예시를 찾아볼 수 있는지 살펴볼게요. 2편부터는 더 자세하고 실전적인 섞어짜기, 폰트 페어링에 관해서 소개가 될 예정입니다.
*1 섞어짜기: 다양한 문자(언어), 혹은 폰트를 섞어서 디자인하는 것을 뜻함.
시리즈 아티클에 대하여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디자인하면서 한글 폰트와 함께 라틴 폰트를 섞어서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될까?
한글 폰트의 디자인에 맞춰 라틴 알파벳, 숫자, 구두점 및 기호 등 문자의 일정 부분만 다른 폰트를 사용하여 함께 섞어 쓰는 것을 섞어짜기라고 하며, 서로 다른 폰트를 어울리도록 매칭하는 것을 “폰트 페어링 Font-pairing”이라고 한다.

한글과 그 이외의 문자 모두,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폰트 페어링하는 케이스도 있고, 아주 세밀하게 두가지 이상의 폰트를 섞어서 사용하는 케이스도 있다. 예컨대 한자 등이 섞이는 편집 디자인의 경우, 한글과 라틴, 한자 이렇게 따로 다른 폰트를 적용하기도 한다.
섞어 사용할 폰트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맞추면 될까? 그럭저럭 유명한 폰트를 골라 적용만 하면 끝일까? 위화감이 없도록 디자인의 조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폰트들끼리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되려 전혀 다른 디자인의 두 가지 폰트를 의도적으로 폰트 페어링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한글보다 라틴 폰트는 전각 상자 (가상 바디) 안에 자면을 차지하는 비율이 작기 때문에 한글에 맞춰 사이즈를 조금 키워줘야 하거나, 한글의 모임꼴 구조와 더 조화롭게 문장이 짜이도록 베이스라인 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폰트의 종류나 디자인방식, 디자이너의 가치관에 따라서 방법은 천차만별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더욱 “폰트 페어링" 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섞어짜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개발한 건 1445년 무렵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대량으로 책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한 가지 이상의 언어가 섞어서 만들어진 건 언제부터일까?
저자(김민영)가 연구한 바로 인하면, 가장 이른 시기의 다국어 섞어짜기 인쇄물은 1494년 알두스 마누티우스(Aldus Manutius)가 출판한 라틴어 번역이 된 그리스어 문법책 “Erotemata”다. 활판 인쇄술이 발명된 지 무려 50년도 채 안 돼서 다국어 섞어짜기 인쇄물이 나오다니!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바라왔을까?
한국은 어떨까? 1676년에 교서관에서 히라가나를 배우기 위한 책을 내기도 하였으나, 적극적으로 다국어 섞어짜기 인쇄물이 출판되기 시작하는 건 19세기 프랑스에서 온 전도사들이 한국어와 프랑스어의 사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다국어 섞어짜기의 경우 출판을 위하여 따로 활자를 주자(鑄字)*2 하곤 하였는데, 한글 뿐 아니라 일본어 가나 및 한자도 (번역되기 전) 원서의 라틴 알파벳과 어울리도록 디자인을 맞추어 만들어지곤 했다. 지금 우리가 자주 보고 접하는 한글 폰트의 글자꼴은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출판하기 위하여 시도된 것이 유래라고 생각을 하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활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역경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2 주자(鑄字): 활판인쇄에 사용하는 “활자”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옛날에야 뭐 활자 디자인 수도 적었고 언어에 대한 이해라던지 기술력 등등으로 인해 디자인이 별로였을 수 있지만, 지금이라면 웬만한 다국어 섞어짜기는 폰트 페어링이 잘 되어있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우선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다국어 섞어짜기 된 매체는 도로 표지판이나 지하철역 사인 시스템인데, 같은 역 간판인데 이곳과 저곳 적용된 폰트가 다를 때도 있고, 일본어가 병기된 경우 일본어 폰트가 아닌 한글 폰트가 적용되어 글자꼴 모양새가 뭔가 어색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즈음 한국에서는 커스텀 폰트*3 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적어도 한글과 라틴의 조화는 잘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3 커스텀 폰트: 기업이나 브랜드만의 폰트를 커스텀 제작 하는 것. 유명한 예로는 “배달의 민족"의 브랜드폰트 “도현체"를 들 수 있다.
공공 사인 시스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행정에서만의 룰이나 브랜드 폰트가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독자를 생각한다면 더 좋은 폰트 페어링이 있지 않았을까? 만약 우리가 폰트 페어링의 평가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이미 붉은 감점 체크 마크들로 가득 찼을 것이다.
더 좋은 폰트 페어링을 위해서
그래서, 체크리스트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글과 라틴의 폰트 페어링에 대해서 (Adobe Fonts의 폰트들을 사용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작해보기로 하였다. 다음 아티클부터는 Adobe InDesign 에서의 합성글꼴 기능을 사용하여 폰트 페어링의 실제 예시와 만드는 법, 돋움 바탕 디스플레이 등 폰트별로 어떻게 폰트 페어링을 하면 좋을지, 추천 폰트 페어링 세트와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다음 아티클은 2월에 업데이트 예정)
다국어 섞어짜기와 폰트 페어링—그곳에 정답은 없으나, 오답은 있으며, 지극히 정답에 가까운 나만의 “폰트 페어링"을 찾을 수 있도록 이 시리즈 아티클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 소개
김민영 (Min-Young Kim). UI, UX & 타이포그래피 컨설턴트.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전공을 거쳐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에서는 다국어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와 근현대 섞어짜기 샘플 연구를 기반으로 CJK-Latin 다국어 섞어짜기의 새로운 폰트 세트를 제안했다.
한/미/일 3개국 문자와 언어를 구사하며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타입 파운더리 모리사와, 폰트웍스에서 일했고, 현재는 일본 도쿄에서 프리랜서로 구글, 어도비 등과 함께 일하며 타이포그래피의 즐거움과 아름다움, 필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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